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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  책 제목: 고도를 기다리며
    원제: En attendant Godot
    저자: 사무엘 베케트 (Samuel Beckett)
    초연: 1953년 파리 (프랑스어판), 1955년 런던(영어판)
    장르: 부조리극, 현대극, 실존주의 연극


    1. 줄거리 요약: ‘고도’는 오지 않는다

    『고도를 기다리며』는 극히 단순한 설정을 가지고 있습니다.
    두 남자 **에스트라공(에지)**과 **블라디미르(디디)**는 이름 모를 벌판에서 ‘고도’라는 인물을 기다립니다. 그러나 고도는 끝내 나타나지 않고, 그들은 서로 대화를 나누고, 다투고, 화해하고, 또 기다립니다. 중간에 등장하는 포조와 럭키라는 또 다른 인물들도 혼란과 무의미함을 더할 뿐, 극적인 사건은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.

    결국 이 극은 ‘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,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일이 계속 일어나는’ 연극입니다.


    2. 부조리극의 본질: 의미 없는 세계와 인간

    베케트는 이 작품을 통해 ‘의미 없음’ 자체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의미를 생성합니다.
    세계는 이해할 수 없고, 인간은 고통 속에서 기다리며, 구원이나 변화는 결코 오지 않습니다. 그러나 인간은 기다리는 행위 그 자체로 존재를 증명합니다.

    이처럼 『고도를 기다리며』는 **‘행동하지 못하는 인간의 비극’**을 다룹니다. 두 인물은 떠나야 한다고 반복하면서도 계속 자리에 남아 있고, 희망을 말하면서도 불안을 감추지 못하며, 고도를 기다리면서도 그가 누구인지 확신하지 못합니다.

    “가자.”
    “그래.”
    (그들은 움직이지 않는다.)

    이 마지막 대사는 행동과 의지 사이의 간극, 존재와 무의미의 공존, 희망과 체념의 이중성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.


    3. 상징 해석: 고도는 누구인가

    ‘고도(Godot)’는 극 전체의 중심에 있지만, 끝내 등장하지 않으며 정체도 불분명합니다.
    독자와 관객은 자연스럽게 그를 신(God), 구원자, 인생의 의미, 희망, 또는 죽음 등으로 해석하려 하지만, 베케트는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 않습니다.

    이 모호함은 곧 이 작품의 정체성입니다.
    ‘무엇을 기다리는가’는 중요하지 않으며, 중요한 것은 기다리는 인간 그 자체라는 것입니다.
    인간은 의미 없는 세계 속에서도, 무언가를 기다리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. 기다림은 그 자체로 삶의 비유이자 숙명입니다.


    4. 현대성과 철학: 실존주의와 니힐리즘

    『고도를 기다리며』는 실존주의 문학니힐리즘 철학의 교차점에 서 있습니다.

    • 실존주의: 인간은 스스로 선택해야 하며, 의미를 만들어야 하지만, 그 선택조차 부조리 속에서 무력할 수 있다는 메시지.
    • 니힐리즘: 본질적 의미는 없으며, 세상은 무의미하다는 자각.
    • 불안, 고독, 무위, 반복은 현대인의 정신 상태를 그대로 반영합니다.

    하지만 이 모든 암울함 속에도 베케트는 가볍고 때로 유머러스한 방식으로 인물을 표현합니다. 이는 오히려 더 절망적이면서도 더 인간적으로 다가옵니다. 고통 속에서도 서로를 위로하고, 때로 농담을 주고받으며 시간을 견디는 두 인물은 지극히 연약하면서도 지극히 인간적입니다.


    5.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

    • 실존주의나 부조리 철학에 관심이 있는 독자
    • 현대 연극이나 문학의 변화를 체험하고 싶은 분
    • 상징과 여백의 의미를 스스로 탐색하는 독서가
    •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고 싶은 분
    • 단순한 스토리보다 사유를 자극하는 문학을 원하는 독자

    마무리 감상

    『고도를 기다리며』는 극장이 아니라 마음속 무대에서 벌어지는 연극입니다.
    이 책을 읽는 순간, 우리는 모두 무대 위의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가 됩니다.
    무엇인가를 기다리고, 어쩌면 그것이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다리는 존재.
    그것이 바로 인간의 조건입니다.

    세상의 모든 ‘기다림’은 고도를 닮았고, 우리는 그 기다림 속에서 살아갑니다.
    그래서 이 작품은 오늘도 유효하며, 언제나 현재형입니다.